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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여러 당굿 가운데 하나이다. 당굿은 마을의 성소(聖所)인 당(堂)에서, 마을을 보호하는 당신(堂神)에게 기원하는 의례이다. 그런데 영등굿의 기원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영등신이다. 당신은 항상 당에 있는 신이지만 영등신은 잠깐 방문하였다가 되돌아가는 신이다. 영등굿은 특정한 시기에 방문한 영등신을 맞이하고 돌려보내면서 한해 생업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당이 여럿 있으니, 본향당(本鄕堂), 이렛당(七日堂),해신당, 산신당 등이다. 본향당은 마을 사람들을 두루 보호해주는데, 그 중 이렛당은 아이들의 건강을 돌보아주고, 해신당은 바다 관련 생업의 풍요와 안녕을 돌보아주며 산신당은 사냥과 목축하는 이들의 생업을 수호해준다. 당에서 정기적으로 벌이는 굿을 당굿이라고 하는데, 당굿에는 신과세제, 영등굿, 마불림제, 시만곡제 등이 있다. 신과세제는 매해 정월 당신에게 새해 문안을 드리는 굿이다. 영등굿은 음력 2월에 내방신(來訪神)인 영등신을 보내면서 생업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이다. 마불림제는 음력 7월에 장마가 순조롭게 걷히기를 기원하는 굿이다. 시만곡제는 음력 9, 10월에 한해 농사를 돌아보아준 데 대하여 감사를 드리는 굿이다. |
· 영등굿의 역사영등굿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는데, 그 연원이 매우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영등신에 대한 관념과 의례는 제주도 인근 지역까지 두루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제주도에만 뚜렷하게 남아 있다. 영등신은 음력 2월 초하루에 들어왔다가 음력 2월 보름에 동쪽으로 떠난다고 한다. 사람들은 영등신이 서풍을 타고 들어와 북풍을 타고 떠나는 것으로 여겼으며, 영등신은 바다의 어패류를 까먹는 대신 새로운 씨앗을 뿌려 주고 떠난다고 믿었다. 옛날에는 제주도 곳곳에서 영등굿을 보름동안 성대하게 벌였다. 음력 2월 초하루에 댓가지 12개를 세워 신을 맞이하는 용왕질침을 하였으며, 그 뒤 며칠에 걸쳐 말머리 모양의 것에, 삼색 비단으로 장식하고 ‘떼이놀이’를 하며 신을 즐겁게 놀렸다. 마지막 날인 음력 2월 보름에는 신을 보내는 송별제를 성대하게 벌이는데, 영감놀이와 모형배를 만들어 포구에서 띄워 보내는 배방선으로 마치는 것이다. · 영등굿의 의미영등굿은 바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주도에는 바람이 잦고 세차게 분다. 음력 2월의 찬바람은 특히 매서운데, 서풍이 강하게 불다가 점차 방향이 바뀌면서 잦아든다. 이 시기에는 어떠한 생업 활동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시기를 넘어서면 곧 따뜻한 봄으로 접어든다. 새해의 어로와 농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영등굿은 생업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계절풍을 몰고 온 영등신을 잘 대접하여 보냄으로써 우순풍조하여 풍농, 풍어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절기가 바뀌면 곧 본격적인 생업 활동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에 앞서 영등굿을 벌여 어로와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영등굿은 원기를 재충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제주도 사람들은 비교적 오랫동안 생업을 쉬게 되는데, 그동안 영등굿을 벌이면서 가무와 놀이를 즐겼다. 생업 활동의 휴지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활력은 곧 생업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영등굿은 찬바람을 맞이하여 기운 찬 바람을 실어 보내는 굿이다. 사람들은 생산 활동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해서도 곧 시작될 생산 활동을 대비한다. 또한 의례를 엄숙하게 벌이면서도 신명을 함께 풀어내는 기회로 삼는다. 찬바람은 따뜻한 봄바람을 예고하는 것임을 잘 안다. |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은 두 차례에 걸쳐 벌인다. 영등신을 맞이할 때는 영등환영제를 벌이고 영등신을 돌려보낼 때는 영등송별제를 벌인다. 이처럼 영등신을 맞이할 때와 영등신을 돌려보낼 때 굿을 하는 사례는 칠머리당이 유일하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는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에 소속된 심방이 모두 참여한다. 심방이 많으니 안팟연물을 구성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그런가 하면 여러 심방에게 장기를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